내 마음을 단순히 알아봐주는 것(알아차리는 것)과 '헤아리는 것'의 차이
어제도 그렇고 저번주 월, 화, 수도 그렇고 내내 공부가 안되는 날이었다. 참 잘 해나간다 싶다가도 참 단순한 이유(유산균을 잘만 먹고 있는데 화장실을 못감, 하루 쉬어서 밀린 진도에 대한 자책감과 짜증)와 생각들에 사로잡히고, 기분이 잡치면서 공부가 어그러지는 날이 꽤 많았다(완전히 놓은 건 아니고 한시간에서 많으면 네시간정도 했고 어제는 7~8시간은 함!). 나는 한번 어그러지고 나면 다음에는 완벽하게 해낸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계획을 다시 짜는데, 그냥 '오늘 내가 공부를 덜했어도 다음 하루 하루는 다 완벽하게 공부하는 나날들로 만들거다!'라는 내심의 생각을 치워버리는 게 좋을 거 같다. 어제도 예상치 못한 일(엄마가 다음날 당장 할무니네를 가야하는데 폰이 망가졌고 그날 엄마가 일을 하러 가야했어서 나밖에 갈 사람이 없었음)로 나갔다와서 아침 공부시간을 조금 날릴 줄은...
어제는 엄마랑 내 여동생이랑 떠들다보니 너무 재밌는 나머지 '어차피 아침에 조금 안한거 오늘도 확 놓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여동생과 한 약속(본격적인 공부 시작 전 각서씀)이 있었기에 다시 마음 다잡고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의식의 흐름대로 갑자기 우리집의 고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가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짜증나는 기분이 몰려오드라..
당장의 고칠 수 없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한 생각들과 그로 인해 느껴지는 기분들로 인해 해야할 일, 중요한 일을 사서 어그러뜨린 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들은 여전히 붙잡기도 통제하기도 없애기도 너무 힘들다. 아니 그냥 없애려는 노력 자체가 그냥 무의미하다.
어제는 말할 수 없는, 내 스스로는 꽤 심각하다고 느껴서 얼렁 독립하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 그 문제가 자꾸 떠올라서(가족들 다들 일찍 퇴근하고 집에 있었어서 그에 따라 문제도 급 생각난 거 같다)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그와중에 나를 온전히 이해하려고 노력해봤다. 사실 전에는 그런 마음이 들면 일단은 '지금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그런 안좋은 기분을 느끼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리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전환시키려고만 했다. 그러나 어제는 조금 다르게 해봤다, '아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너한테는 큰 문제이고 그로 인해 짜증을 느끼고 있구나, 그래그래 그렇게 느낄 수 있지.'하고 단순히 이런 기분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거 이상으로 '헤아리려는 노력_알아차린 후에 여러 이유들과 결부해서 마음 깊이 이해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면 되려나?'을 해보았다. 전에 했던 방식이랑 다른 게 없나 싶기도 하지만, 아냐아냐 다르긴 다르지! 솔직히 마음이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았다만 묘하게 깊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나를 헤아려주어야만 크게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믿어왔는데, 어제 나름의 시도를 해본 결과 '다른 사람이 헤아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스스로가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누군가가 들어주는 게 진짜 효과 직빵임). 어제는 첫 시도였으니까 많이 하다 보면 이것도 늘지 않을까?? 흠흠 일단 내 기분과 생각들을 헤아려주고, 강의가 도저히 집중이 안된다면 나름의 해소를 위해 글로도 표현하고, 문제를 풀다가 그 난리면 헤드셋(노캔기능이 되는 나의 훌륭한 소니 헤드폰)을 끼고 일단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등가! 또 찾아보면 방법은 많지~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남의 아픔과 내 아픔 비교 금지! 나보다 불행하고 훠얼씬 안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거다(그에 비하면 나름 조용한 환경도 갖추어져 있고, 운동도 편하게 할 수 있는 난 행운아). 그에 비하면 내가 힘든 건 쨉도 안되는 건야 맞지만, 나도 내 나름의 힘듦이 분명히 있다. 내가 스스로 내 아픔과 스트레스, 고민 등을 다른 훠얼씬 안좋은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하지는 말자. 그냥 말없이 들어주고, 헤아려주고, 생각 전환하려는 노력도 하고!
앞으로 최종 목표인 '시험'을 잘 보려면, 내가 많이 흔들린다는 이유로 열심히, 무엇보다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당장의 중요한 일인 '공부'하는 것마저도 흔들리지 않게끔 해야하니까! 할 수 있뜸!